여월재 如月齋

‘흑백요리사 2’를 보며 생각한, 성공적인 AI 전환의 공통점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를 보면서 단순한 요리 예능을 넘어서 꽤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누가 이겼느냐”보다, 왜 이겼는가였습니다.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흑수저 쓰리스타킬러와 백수저 손종원 셰프의 대결이었습니다. 같은 재료, 같은 선택지였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쪽은 “스테이크는 그 자체로 맛있다”는 판단에 집중했고, 다른 한쪽은 스테이크를 고른 뒤에도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끝까지 고민했습니다. 브레이즈를 하고 다시 숯에 굽는 과정은 결과만 보면 단순한 스테이크였지만, 그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실험과 판단, 시행착오가 숨어 있었던 선택이었습니다. 이 대결을 보면서 결과물이 같아 보여도 과정을 얼마나 고민했는지가 결국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로 떠오른 장면은 흑수저 요리괴물과 백수저 송훈 셰프의 대결이었습니다. 송훈 셰프의 시도는 분명 새롭고 창의적이었습니다. 미더덕으로 우니의 맛을 구현해보겠다는 발상 자체는 많은 고민의 결과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승리를 가져간 것은 미더덕의 본질적인 맛을 가장 잘 살리는 방식, 즉 회라는 어쩌면 가장 단순해 보이는 선택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하다고 느낀 점은 “단순하다”는 것이 “생각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단순한 답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됐습니다. 본질적인 해법은 대부분 고민의 총량이 충분히 쌓인 뒤에야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흑수저 부채도사와 백수저 후덕죽 셰프의 사제대결이었습니다. 심사위원을 맡은 안성재 셰프가 했던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거는 스킬, 레벨이 전혀 다른건데, 이거 고수의 맛이다.” 이 말은 요리가 단순히 맛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랜 시간 그 분야에서 쌓아온 내공의 문제인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표현처럼 느껴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 같은 고민을 반복해온 사람의 선택은 묘하게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 세 가지 장면을 보며 하나의 공통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한 선택에는 항상 깊은 고민, 본질에 대한 집착, 그리고 축적된 경험이 함께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인사이트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다 보니, 요즘 많은 기업들이 이야기하는 AX, AI 전환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덧붙이는 것” 자체는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누가 실제로 수백만 사용자의 문제를 겪어봤는지, 누가 시행착오를 통해 트러블슈팅을 해봤는지, 누가 처음부터 AI를 전제로 사고해온 조직인지는 분명히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X도 결국 요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그 안에 들어간 고민의 깊이와 경험의 밀도가 결과를 완전히 갈라놓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화려한 데모를 만드는 것보다 복잡한 문제를 본질까지 분해해보는 것, 필요하다면 단순하게, 필요하다면 아주 정교하게 접근하는 것,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가 실제 경험에서 나와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여러분 회사의 AX는 어떤 요리사에게 맡기시겠습니까?

김태호 · 김태호의 호기심 구독하기